본문 바로가기

CMS/Confirm

컨펌....

시간 괜찮으시면 커피 한잔할까요?”

 

아무런 생각 없이, 뻔하게 묻는 말이었다. 혜은에게 호감이 있다거나 관심이 있어서 물은 질문은 아니고, 지금, 이 타이밍에 만난 사람이 혜은이 아니더라도 이런 질문을 했을 거다. 물론 인간적인 호감까지 아예 없다면 거짓말이었지만 왜 인지 변명을 덧붙이게 되어서 석율이 시선을 굴렸다. 매일 같은 출근 시간, 인턴이라는 입장으로, 열심히 살아야지 하는 다짐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회사원. 정규직에 선발되기 위해 열심히 했다. 나날을 치열하게 사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열심히 살아야지. 피곤한 몸을 이끌고 출근해서 1인분의 몫을 해내야지. 채광 좋은 회사는 엘리베이터 앞까지 햇빛이 들어왔다. 회사로 출근하는 건 오랜만인 기분이었다. 인턴으로 들어와 정규직 pt를 준비하면서 회사에 방문하는 횟수가 늘었다. 석율이 엘리베이터 계기판을 바라본다. , 고층에서 내리셨네. 내려오려면 한참 걸리겠는걸. 눈동자를 굴려 옆에 서 있는 사람을 바라본다. 오가며 몇 번 얼굴을 보기는 했다. 입사 동기던가. 같이 인턴으로 선발되어 사무실에서 일하는 여자 직원. 뻔하게 물었다. 인사하고 지내면 좋지.

 

혜은이 석율을 올려다본다. 커피 한잔하자니. 멘트 같은 말을 치는 남자 직원이었지만 인상이 나쁘지는 않았다. 첫인상부터가 좋았다. 혜은은 사람들과 쉽게 어울리지 않았다. 못했다는 쪽도 맞다. 내향인인 혜은은 주어진 하루를 열심히 잘 살아내는 사람이었기에 사교적인 성격과는 거리감이 있었다. 석율은 달랐다. 서글서글했고, 모두와 친하게 지냈다. 그렇다고 사람이 무작정 가볍지는 않는 게 석율을 싫어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그런 석율에게 혜은도 호감이 있었다. 물론 인간적인 호감이었지만, 조금은 친해져 보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다. 입사 동기니까.

 

제대로 둘이 대화하는 건 처음이었다. 혜은은 사무실에서 일을 했고, 석율은 현장을 다녔으니까 마주칠 일이 없었다. 친해지기도 전에 서로 다른 업무를 보느라 엇갈렸으니까. 지금은 여전히 정신이 없었지만 인턴 생활을 하면서 회사에 적응하고 그래도, 커피를 마실 여유 정도는 생겼다. 좋은 게 좋은 거죠. 하는 태도로 웃는 석율에게 혜은이 웃는다. 오늘 채광 왜 이렇게 좋지. 혜은의 웃은 표정에 석율이 멈칫한다.

 

웃는 모습이 되게 예쁘시네요.”

 

진심이었다. 석율이 가볍게 말했다. 혜은이 석율의 말에 어색하게 웃으며 고맙다고 인사했다. 엘리베이터가 내려왔다. 다음에 커피 한잔해요. 라는 인사를 하고 헤어져서는 역시 한국식 인사는 먹는 이야기구나. 하며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인턴인 혜은과 석율은 각자 앞날을 위해 서로를 잊고 준비했다. 다음날인가. 다음다음 날인가. 같은 사무실이라 어쩐지 자꾸 마주치게 되는 게 점점 더 웃게 되었다. 마주치게 되는 것도 사무실 안에서가 아니라 탕비실이나, 엘리베이터 앞에서나 정수기 앞, 화장실 앞이라서 왜 인지 자꾸만 단둘이 있게 되었다. 석율은 서글서글하고 재치 있는 사람이었고, 적당한 치고빠지는 농담을 잘 쳐내는 사람이었다. 혜은은 그런 석율의 농담이 좋았다.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농담들. 처음에 커피를 마시자는 말에 조금은 부담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는데, 그냥 가벼운 인사인 걸 알아차리고 마음을 놓았다. 이번엔 혜은이 먼저였다.

 

같이 커피라도 마실래요?”

 

마주칠 대로 마주쳤으니까. 혜은이 먼저 인사를 하고 권유하는 건 처음이었다. 석율은 이를 언급하면서 좋다고, 무슨 커피 좋아하냐고. 자연스럽게 말을 이어 나갔다. 사람에게 호감을 얻는 일은 석율에게 너무나 쉬웠다.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하면서 할 일만 잘하고 싹싹하게 구는 석율을 싫어하기란 쉽지 않으니까. 이도 석율은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을 싫어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물론 싫어하는 사람이 있기는 했지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서 별로,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혜은도 자신에게 호감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게 이성적인 호감은 아니고, 동료로서, 사람으로서 라는 것도. 자신의 동남에 웃어주는 혜은이 좋았다. 사무실은 채광이 좋았고, 옅게 올라가는 혜은의 입꼬리가 시선을 잡아끌었다.

 

다른 사람과 대화하는 혜은을 본 적이 있었다. 적당히 예의 차려서 웃는 혜은의 표정, 그런 혜은이 자신의 앞에서는 빵빵 웃는다. 타고나길 광대로 타고난 사람으로서 그런 혜은의 반응은 너무나 즐거웠고, 재미있었고, 뿌듯했다. 석율이 혜은에게 말을 건다. 혜은이 석율의 농담에 웃는다. 그런 웃는 모습이 좋아서 자꾸만 장난을 건다. 다른 사람이 둘 사이에 끼어 말을 걸면 방해받은 기분도 들었다. 석율이 3자 모르게 혜은을 툭툭 친다. 혜은이 석율을 바라본다. 석율이 입 모양으로 혜은만 알아보게 속삭인다.

 

"커피 마시러 갈래요?"

 

둘만 빠지자는 뜻을 이렇게 표현하고는 했다. 그런 석율의 표현에 혜은이 눈웃음을 짓는다. 곱게 휘어지는 눈꼬리가 석율의 시선을 또다시 잡아끌었다. 혜은은 석율의 시선을 끄는 사람이었다. 여자의 마음은 훤히 안다고 하지만 혜은은 잘 모르겠다. 저를 좋아하는 거 같기는 한데. 좋아한다. 좋아하는 거면 되었지 잘 모르겠는 건 왜일까. 혜은과 함께 있는 시간이 좋았다. 가만히 업무를 보다가도 시선은 자연스럽게 혜은이 있는지 혜은을 찾게 되었다. 있으면 웃으면서 혜은에게 다가가 인사했고, 없으면 아쉬운 느낌으로 모두에게 인사했다. 딱히 누구와 더 친해지고 싶다거나 누군가를 더 좋아한다는 건 없었지만 티가 나나 봐. 직장 동료가 석율에게 묻는다. 너 혜은 씨 좋아하지? 하고. 석율은 기침이 나왔다. 그게 무슨 소리냐고. 답지 않게 버벅거린다.

 

자신의 마음조차 제대로 모르는 바보가 되어선 오늘도 시선으로 혜은을 쫓는다. 그냥, 혜은 씨 웃는 모습이 보고 싶어서요. 난 그게 단데.

'CMS > Confirm' 카테고리의 다른 글

컨펌해주세요!  (0) 2023.06.27
컨펌  (0) 2023.06.08
2차 컨펌...해주세여  (1) 2023.06.07
컨펌부탁드립니다.  (0) 2023.06.05
컨펌부탁드립니다.  (0) 2023.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