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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정답같은 말(4,264자) 유난히 타이밍이 안 따라주는 날이 있다. 빨리 세리나에게 가보고 싶은데 오늘따라 벨라가 늦는다. 벨라는 항상 미엘을 기다리게 했다. 제가 오는 시간을 알면서도 항상 벨라는 자리에 없었다. 일이 바빠서라고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반복되는 기다림이 길어짐을 알면서도 미엘은 기다렸다. 미엘에게는 남는 게 시간이었다. 한때는 벨라에게 자신이 오는 날은 빨리빨리 오라는 말을 꺼내볼까 했으면서도 벨라의 피곤한 표정과 눈 밑 다크서클을 보면 생각해놓은 잔소리는 저 멀리 들어가 버렸다. 약속도 없고, 만날 사람도 없고, 시간은 남아도니까. 기다리는 일이 문제가 되지는 않지. 아무리 긴 기다림도 아무렇지 않았는데, 오늘만큼은 조급해서 시선이 시계를 쫓았다. 조급한 마음이 숨겨지지 않았다.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아론에게 ..
13. 비가 내릴 것 같네.(5,100자) “나왔어” 미엘은 문 앞에 서 있는 세리나를 보며 웃었다. 세리나가 미엘을 보며 팔을 벌린다. 미엘이 세리나의 팔 위로 팔을 걸치며 끌어안았다. 외출하고 온 미엘에게선 은은한 나무냄새가 났다. 아침에 뿌린 향수 향이 날아가면 밖에서 묻어온 향인 건지 체향인지 모를 향이 섞여서 났다. 더운 여름, 세리나에게선 산뜻한 향이 났다. 미엘은 세리나를 강하게 한 번 끌어안고 놓아준다. “오늘은 좀 늦었네요” “많이 기다렸어?” 세리나는 고개를 저었다. 미엘이 빙긋 웃으며 세리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요 며칠 저택에 돌아오는 시간이면 세리나가 나와 미엘을 반겼다. 싫은 기분은 아니라 거부하지 않았지만 나가는 날이면 꼬박꼬박 나와서 반겨주는 게 어떻게 알고 나오는지, 하루 종일 밖에만 보고 있는 것도 아니면서 그때그..
키스 다음을 못하는 시우서아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